해외생활을 하다보면 피해갈 수 없는 상황 중 하나가 의도치 않게 머리가 길어진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학생활을 하다보면 머리가 지저분해 보일 정도로 길어지는데, 이를 자르기 위해선 상당한 금전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각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점은 있겠지만, 남성용 컷트를 하는데 드는 기본 비용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40달러 가량, 한국으로 치면 얼추 4만 4천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이발도 어디까지나 서비스업, 일반적으로 15%~20%의 팁을 준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40달러의 비용이 나왔다고 했을때 46~50달러 가량의 비용을 실질적인 이발비용으로 삼아야 하는 셈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패션에는 큰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이발을 할 때는 항상 어릴 때부터 다니던 단골 미장원이나 이발소에 가서 만원 이하의 비용으로 간단하게 처리하곤 했는데... 일반적인 이발에 최소 5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셈법을 하니 도저히 미국에선 선뜻 이발을 하러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머리를 영 잘 다루지 못해 안깎느니 못한 결과물을 얻어본 경험이 있던지라, 거추장스런 장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패션에 신경쓰지 않는 내가 못받아들일 정도면, 정말 심각한 거였다. 오죽하면 정상적인 머리가 황비홍에 나오는 변발같다고 놀림을 받았을까).


그러던 어느 날, 간단한 알람시계를 사러 SEARS 쇼핑몰을 누비던 도중이었다. 알림시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장비가 소위 "바리깡"이라 불리는 이발기였다. 약 50달러에 이르는 장비였는데,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 이발기만 사들고 집으로 황급히 돌아왔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이발기를 잡고 머리를 시원하게(?) 밀어버렸던게 너털웃음을 터뜨렸던게 2007년의 10월 즈음이었다. 


 

처음에는 편하게 학교를 다니기 위해 3mm, 혹은 6mm로 짧게 전체를 밀어버리기만 하는 단순한 이발을 했었다. 하지만 이후 훈련소에서 복무하며 수많은 훈련병들과 후임들, 그리고 내 스스로의 머리를 직접 깎아보며 일명 "실전 바리깡 사용법" 이라는 기술을 획득하고 나서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나름 윗머리를 살리기도 하고, 안경때문에 수시로 양갈래로 갈라져 나오는 구렛나루 부분만 간단하게 관리해 주는 등... 다른 이들이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크게 이상한 부분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를 이발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5년이 지난 이제서야 생각해보는 것이지만, 참 무모한 짓이었다. 대형 쓰레기통 위에 머리를 가져다 대고 내 스스로 이발을 한단 말에 기겁을 하던 친구들도 몇몇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달이나 두달 사이에 한 번 정도 머리를 정리해줘야 한다고 가정했을때, 지난 5년여간 못해도 2천~3천달러 가량을 아낄 수 있었던 듯 싶다. 


이제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이발할 일은 없겠지만, 유학 도중 돈을 아낀 사실을 떠나 평생 이야기거리가 될 추억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저 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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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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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보통 미국에서는 여러 국가적 기념일이나 명절등에 정확한 날짜를 정해두지 않습니다. 미국의 추석이라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은 11월의 넷째주 금요일, 현충일과 동격인 Memorial Day 는 5월의 마지막 월요일 이런 식이랍니다 - 덕분에 해가 지나도 항상 달력에서 빨간날이라죠 ^^;;;;;

하지만 이 중 예외가 되는 몇 안되는 날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매년 7월 4일, Independence Day라 불리는 독립기념일입니다. 모 영화의 제목으로 잘 알려진 날이죠. 

미국 독립기념일의 시초가 되는 7월 4일은 미국의 국부들이라 추앙되는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등의 인물들이 미국의 독립선언문인 Declaration of Independence 를 선언한 날입니다. 미국의 시초가 된 7월 4일을 미연방정부에서 국경일로 정해 매년 건국의 정신을 기리는 셈이지요.

이 독립기념일이 다가오면 미국의 모든 도시들이 준비하는 행사가 있는데, 바로 행진 (Parade) 입니다. 이는 수도인 워싱턴DC에서 매년 7월 4일 정오 즈음해서 열리는 것이 가장 규모가 크고, 각각의 도시도 자신들의 역사과 미국의 탄생을 기념하는 퍼레이드를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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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시민단체에서 부터 시작해서 각 시대의 미국의 대표적인 캐릭터들까지 등장하는 퍼레이드 행사들에서 연도와 시기를 불문하고 항상 빠지지 않는 단체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한 이들이고요 (국가에 헌신한 군베테랑들 및 경찰/소방 공무원들). 보고 있다보면 정부와 시민단체가 참 조화롭게 어우러져 행사를 진행하는 몇 안되는 경우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역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행진과 함께 사람들이 행하는 행사들 중 하나가 바로 독립선언문을 돌아가며 낭독하는 일입니다. 이는 따로 공공기관에서 주관을 하지 않아도 민간단체나 지인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행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국부들에 감사하고 자신의 나라에 자긍심을 잊지 않죠.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것은 대규모의 불꽃놀이입니다. 각 주마다 법률상 약간의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지자체들이 하늘로 쏘아올리는 폭죽 형태의 불꽃놀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도시에서 대규모의 불꽃놀이를 본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힘든데, 이 독립기념일만큼은 예외라고 할 수 있지요.

필라델피아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저도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본 적은 한 번 밖에 없어서 올 해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제가 사는 곳 근처의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디트로이트에서는 예정된 불꽃놀이가 없더군요.. 하긴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라서 그런가... 미국 내에서 가장 화려한 불꽃놀이가 벌어진다는 필라델피아와 워싱턴DC에 사는 친구들이 조금은 부러워지더군요.

미국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가끔 느껴지는 것이지만, 대다수의 친구들이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이나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답니다. 때로는 이건 광신의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껴질 때도 있지요.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를 토론하다보면 자신의 주장이 무척이나 뚜렷하고 평상시에 보여주던 국가에 대한 애정과는 다른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경우 또한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강하기에 그 나라가 잘못된 길을 걷지 않는 것은 누구보다도 원지 않는 이들이 이 친구들입니다. 그렇기에 정치에 이견이 있을지라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다른이 못지 않고, 건국기념일 겪인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날에는 국가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되어 축배를 들지요. 

이에 반해 한국은 어떤가요, 대한민국의 첫 초석이 된 중요한 날이라고 할 수 있는 광복절을 그저 빨간날로만 여기고 놀러다니기 바쁘지 않은 것이 가슴아픈 현실입니다 - 올해에도 100%의 확률로 광복절에 태극기 다는 집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표현을 제대로 안해서 그렇지 일단 위기가 오면 그 어떤 나라보다도 단합을 잘 해 해쳐나갈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말과 행동으로 표현을 하는 것과 마음 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리고 위기나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만 반짝하는 것은 더욱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미국과 미국인들의 사고방식들을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울건 배워야하지 않을까요?

미국에서 이들의 독립기념일 기념 행사들을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나의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에서도 대한민국의 기원과 탄생을 자랑스럽게 축하하고 기념하는 그러한 풍토가 자리잡았으면 하는 조그마한 소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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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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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서 포스팅이 뜸했네요. 한 일주일 가량 자리를 비운 것 같습니다. 방학이 되면 생각보다 시간이 남고 포스팅도 정기적으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랩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한다는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더군요. 실험 스케쥴에 따라 일정이 마구마구 변경되니;;;

아무튼 약 1주일 전 동생의 고등학교 졸업식 (Commencement) 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8월 말에서 9월 초가 새학년, 신학기의 시작이기에 졸업식 역시 여름방학 전인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사이에 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4년간의 고등학교 교육을 마치고 졸업하는 동생 및 1년만에 뵙는 부모님과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물론 덕분에 오늘까지 고생하고 있긴 합니다만;;).


"나도 이제 곧 대학생이구나," 라는 설레는 마음과 함께 저 또한 저 자리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덧 학교의 동문으로 동생의 졸업식에 참여하니, 웬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이 날 졸업식에서 우연히 만났던 다른 제 동기들 역시 같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의 동생이 벌써 이 곳에서 졸업한다는게 믿기지가 않는다네요.  



졸업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부모님께 마음 속으로 깊은 감사를 드렸습니다. 제가 동생의 입장에 있을 때는 그저 기쁘고 설렌 마음에 그런 생각을 못했었는데, 부모님의 희생이 있었기에 동생과 저 자신 모두가 하고 싶은 공부하고 운동도 하며 이상적인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으니 말이죠.

고등학생이라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식축구와 레슬링이라는 생소한 스포츠도 4년간 해봤고 합창 활동 및 뮤지컬 주/조연도 해보았으니, 정말 고등학생의 신분에서 해볼 수 있는건 다 해본 듯 합니다. 동생의 고등학교 생활이 저와 같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동생이 제게 푸념석인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는 고등학교 다니면서 형처럼 잘 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든다고요 – 아마 대학입학과 관련하여 자기가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해주었습니다.

어디를 다니고 어디를 졸업했느냐보다는 스스로 얼마나 더 배웠느냐가 더 중요한 거다,

라고요 –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대학가서 지금느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보람차게 대학생활하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동생이 학교 졸업식을 Graduation 이란 말을 쓰지 않고 굳이 Commencement 라 불리는 이유를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Commencement 라는 단어에는 "시작" 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고등학교의 졸업이 끝이 아니라 비로소 시작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고등학교까지는 공부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발굴하는 과정인 셈이지요.  

저는 동생이 그 것을 배웠다고 믿고, 대학에 가면 누구보다도 더 즐겁고 보람차게 자기 만족을 느끼며 대학생활을 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어찌되었든 한없이 어리게만 보이던 6살 차이의 동생이 이제 곧 대학생이 된다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제겐 아직 그저 어리게만 보이는 동생인데 말이죠. 웬지 모르게 자식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님 앞에서는 그저 아이로 보일 뿐이라는 말이 어렴풋이나마 이해가 갑니다. 제가 동생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러한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 느낌이 훨씬 크겠죠.

동생과 함께 늦은 밤 해변 백사장에서...


동생과 온 가족에 있어 무척이나 기쁘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을 이 날을, 훗날 동생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고 기억할지 웬지 모르게 궁금해지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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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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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us S 첫 인상

Review? 2011. 4. 10. 04:58
며칠 전 생명을 다한 폴더폰으로 대체하고자 친구로부터 구매한 Nexus S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사용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첫인상' 이란 것이 무척이나 중요한 만큼 처음 며칠간의 사용에 기반한 제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일단 장점과 단점부터 말해보면,

장점 : 유려한 디자인,  진저브레드의 빠른 속도, 유저 중심 편의성
단점 : iOS와 비교되는 슬픔, 어플리케이션의 질, 배터리 성능

요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폰의 후면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디자인 면으로 보았을 때 기대한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군더더기 없는 외부 버튼도 큰 장점이지만 (볼륨조절과 파워버튼만 있답니다), 커브드 글래스의 매력이 상당합니다. 깨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은 일단 뒤로 보낼 정도로 통화할 때 볼 살이 눌리지 않는다는 점 자체가 참 매력적이라는... -_-;;;;; 두께도 생각보다 마음에 듭니다. 휘어진 외향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이 약 1cm 정도니 말이죠. 아이팟 터치에 비하면 약 2배 정도의 차이를 보여주긴 하지만, 어차피 아이팟 듣지 않을 때 이어폰 둘둘 말아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큰 차이는 없더군요.

하지만 넥서스 s 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구글의 레퍼런스 폰이라는 지위가 아닐까 싶네요. 구글에서 책임지고 업데이트를 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폰 자체가 최적화가 되어있는 상태라서 그런지 구동속도 역시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서비스들 (구글 검색, 목소리 인식, 달력, 주소록, NFC 등) 이외에는 아무 것도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어플만 골라서 설치할 수 있는 장점도 있구요. 

몇년 사이에 스마트폰이 얼마나 더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상상이 안됩니다) 나중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별도의 인증 필요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큰 것 같습니다. 넥서스 s 는 출고 때부터 모든 락이 풀려있는 상태니까요. 한국에서도 출시되어 있는 폰이니 만큼 따로 인증을 할 필요도 없고, 그저 제가 쓰던 sk 심카드만 끼워넣으면 된다는 점은 제겐 무엇보다 큰 매력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단점이 있다면 iOS 와 비교되는 슬픔입니다. 이건 정말 도리가 없나봅니다. 아무리 최적화가 잘 되어있다할지라도, 연속으로 터치를 하거나 무언가를 기입할 때 애플의 iOS 만한 부드러움이 나오질 않네요. 어쩌면 제가 너무 아이팟 터치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주관적인 제 생각입니다. 

어플리케이션의 질도 문제입니다. 쓰기 좋은 어플리케이션도 있지만, 제가 아이팟에서 쓰다가 '이건 내가 스마트폰을 쓰면 반드시 다시 쓴다' 라고 생각해서 가져온 어플들도 제가 생각하던 것만큼 완벽하지는 않은 듯 싶습니다. 앱 개발자분들이 아이폰용 앱을 더 선호한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하지만 아직까지 실생활에 있어 큰 불편함은 없더군요.

하지만 정말 저를 눈물나게 만드는 건 배터리 성능.
이거 처음에는 스마트폰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문제가 큰 듯 합니다. 첫 날 완전 충전해서 나갔는데, 6시간도 안되서 배터리가 나가버리더군요. 설마 하면서 NFC 기능 끄고 불필요한 동기화 끄고 와이파이도 필요할 때만 켜서 사용하고 다녔는데... 그렇게 하니 그나마 9시간 좀 넘게 버텨주는 것 같네요. 평균적으로 시간당 10% 정도는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학교 다니다보면 집에 못들어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일단 나중에 여유되면 새 배터리 하나 사서 추가적으로 사용해 볼 생각입니다. 충전기 들고 다니는 건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버렸네요... (그나마 충전기가 USB 케이블 형식이라 도서관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게 위안입니다).

 
위 스크린 샷은 현재 미국에서의 넥서스 s 구매가격입니다. T-Mobile 에서 서비스하는 3G망 폰은 2년 약정 계약하에 약 $100, 곧 Sprint 사의 4G망 폰은 약 2배 가격차이가 나네요. 공기계 값은 약 $540 정도입니다. 

미국은 4G망이 주요도시들을 기반으로 상당 부분 상용화가 되어있는 상태라서 4G를 사용하는 핸드폰을 써보고도 싶었지만, Sprint 및 Verizon 사는 심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회사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그냥 제껴버렸답니다;;; 

한가지 웃긴게, 지난 번 폴더폰 초기 문제때문에 웬만하면 삼성 핸드폰은 다시 안쓴다 생각했는데... 상황이 좀 웃기게 되어버린 듯 싶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구글이 책임지는 레퍼런스 폰이 아니면 친구가 제시한 가격이 ($200, 타협 후 $180) 아무리 매력적이었어도 구매하지 않았을테죠. 솔직히 삼성폰에서 2번의 충격을 받으니 (한국에선 옴니아, 미국선 구제불능의 피처폰) 아무리 삼성폰들의 스펙이 좋다한들 끌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서요. 하지만 이미 없질러진 물인 이상, 기기가 이상을 일으킬 때까지 닳도록 써줘야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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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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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들어와보는 것 같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3월 초 이후론 제 블로그는 커녕 다른 블로그에도 접속하지 않았으니, 정말 한동안 블로그에서 신경을 끄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는게 낫겠네요 - 이만 본론으로 들어가봅니다.

미국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참 많은데, 그 중 "인종 및 문화의 용광로" 라는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신대륙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다보니, 역사상으론 거의 최초로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같은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 특이한 경우가 생겨났지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발생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이 것이 바로 미국 남북전쟁의 도화선 역활을 한 인종차별입니다. 하지만 인종차별 문제는 20세기 중반까지 해결되지 않았답니다.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쥬니어 목사의 영향 이후로 실질적인 인종차별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되었고, 이는 궁극적으로 흑인을 포함한 모든 인종에 대한 차별 금지와 다문화 환경에 대한 존중을 무척이나 중시하는 미국 특유의 문화를 빚어냅니다.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교육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중요하게 여겨지며, 서로 다른 인종 / 문화의 아이들끼리 '우리는 같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상대방의 외관이나 다른 행동 방식을 존중하도록 이끌어준답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이러한 인식이 팽배하기에 인종차별의 뜻을 내포한 언행을 하는 것은 크나큰 사회적 비난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정말 인종 및 타 문화에 대한 차별이 모두 사라졌을까요?
 
며칠 전 미국 내 대학가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일으킨 영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나름 명문이라 일컬어지는 UCLA (캘리포니아 주립대 LA캠퍼스) 대학에서 재학하는 한 여성이 인터넷에 올린 파일인데, 동영상이 올라간 지 얼마되지 않아 대학 측에서 공식 사과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답니다.



그녀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도중 소란스럽게 전화를 받는 아시아 계열 학생들이 너무 무례하며, 대학까지 와서 가족들이 기숙사나 학생아파트에 너무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것이 무척이나 신경쓰이니 "미국에 왔으면 미국의 매너를 따르라" 라는 이야기입니다. 추가적으로 얼마 전 있었던 쓰나미 이야기를 그 비난 속에 섞기도 했구요. 

무척이나 도발적인 이 영상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결국 그녀 스스로 두 차례에 걸쳐서 사과를 하고 (첫 사과는 학교 측에만 유감을 표함) 스스로 학교에서 떠났답니다. 대학에서 무려 "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이러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꺼냈으니 자기 손으로 무덤을 판 셈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더 여겨봐야할 것은, 그녀의 영상을 보고 너무 흥분한 몇몇 다른 이들이 그녀에게 같은 방식의 인종차별주의적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입니다 - 백인 여자는 어쩌네 저쩌네 하며 말이죠.  굳이 비유를 해보면 한 일본인의 독설에 민감하게 반응해 여러 애국심 투철한 한국인들이 일본사람들을 단체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랄까요?

그럼 자존심상하는, 사실도 아닌 독설을 듣고도 당해야만 하느냐? 그 건 아니겠죠. 위의 영상에 반박하는 수많은 영상들 중 무척이나 눈에 띄던 영상을 하나 소개해봅니다.



위 영상의 주인공은 모욕을 당한 아시아인으로서 분노를 표출해 다른 이들의 공분을 도출해내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이용하여 최초 원인제공자가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인지 유머스럽게 비꼬며 다른 이들의 웃음을 이끌어냅니다. 풍자는 그녀에게 99% 집중되어 있으니까요. 유튜브 내의 많은 이들도 이와 같은 이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세워주더군요. 
 

문제의 영상이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던만큼 수많은 반응들이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녀의 몇몇 주장에 호응하는 듯한 네티즌들조차 그녀가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비판하는 내용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또한 잘못을 비판함에 앞서 이를 '어떻게' 하느냐에 신경을 쓰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다는 점, 그리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이들에게 "너는 평생 그렇게 답답하게 살아라" 라며 빈정되는 분위기가 없다는 점이 인상깊게 느껴지더군요.

인종차별 문제는 다문화 가정이 점차 늘어나는 한국 사회 내에서도 언젠가는 생길 수 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한 문제가 우리 한국 사회를 나눠놓기 전, 이러한 다양성을 받아들임에 있어 우리 사회 역시 더욱 성숙해지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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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생활하면서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굵직굵직한 일들을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듯이, 한국의 대중문화 역시 자세히는 아니라도 이러이러한 트렌드가 한국에서 열풍이더라 하는 정도까지는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제겐 아이유가 그런 존재기도 하지요 *(-_-)*

하지만 항상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맥북과 아이팟을 이용하는  유저인 저에게 있어서 한국 음악을 접하기가 쉽지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컨텐츠는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사용해야한다는 제 신념도 있을 뿐더러, 맥북에 윈도우 체제를 설치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기에 벅스, 멜론, 혹은 엠넷과 같은 사이트를 통한 합법 구매도 제한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벅스는 최근 기존 Active X 체제를 플래쉬로 바꾸어 맥에서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해외에 있는 제가 결제 수단을 인증할 방법이 없더군요.

오늘 우중충한 날씨를 보고 있다가 기분이 쓸쓸해져 Mika Nakashima 의
"雪の華 (눈의 꽃)" 이 불현듯 생각이 나더군요. iTunes가 정식으로 진출해 있는 일본시장의 경우라면 일본 음악도 미국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검색을 해봤는데 아주 재밌는 걸 발견했습니다. 바로 J-POP 섹션 밑에 위치한 K-POP 섹션이 있습니다 o_O!!!!


우선 눈의 꽃을 찾다온 만큼 한국어로 '박효신'을 검색해봤더니 뜨는 화면입니다.. 와우... 검색 결과가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밑에 추천 앨범 칸에 싸이의 앨범이 뜨길래 클리해봤습니다. 가장 최근 앨범을 $11.99에 판매, 곡 하나당은 $1.29 로 조금 비싸더군요.


군시절 활력소가 되어주던 소녀시대입니다. SM 이라는 거대한 소속사가 있어서 그러한지, 아니면 일본 시장에 진출했던 그 힘인지 가장 잘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글 표기법이나 영문 사이 띄어쓰기 차이로 검색 결과가 여러개로 나오던 다른 가수들과는 다르게 그룹 이름도 통일되어 있고 올해 초 인텔 선전용으로 쓰인 Visual Dream 곡이 앨범 사진과 함께 잘 올라와 있더군요. 요 한곡은 바로 구매해보았는데, 아무 하자가 없습니다 ^_^;;

한 30분 가량 소모하며 쭉 둘러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한국 음악이 있었습니다. 숙명 가야금 연주단에서부터 비롯하여 슈퍼스타K 시즌 1에서 제가 좋아했던 조문근의 앨범도 있고, 시즌 2 자체 앨범도 있을 정도니까요 (Mnet에서 협찬을 해준건지 궁금해지긴 하더군요). 곡의 가격은 아직까진 미국 시장과 별 차이가 없더군요 - 한 곡당 $0.99 정도가 평균인 것을 보니 현 미국 시장에 가격을 맞춘 것 같습니다.

문득 한국 아이튠즈에선 음악시장으로 진출을 하지 않아 반쪽짜리로 보기도 어렵다는 생각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확실한 건 모르지만 애플의 아이튠즈가 한국 음악시장에 진출을 못한 이유는 저작권료 및 계약 과정에 있어 문제가 있어서라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미국 아이튠즈에 이렇게 한국 가수들이 진출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을 보니, 혹시 머지 않아 한국에서도 합법적으로 아이튠즈를 통해 음악을 구매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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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거주하다보면 알게 되는 사실 중 하나가 미국에서는 미식축구만큼 인기있는 스포츠가 없다는 것입니다. 통칭 축구를 대신해 Football 로 불리는미식축구, 처음 보면 중간중간 멈추는 게임과 이해할 수 없는 게임의 룰 때문에 금방 질려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기본적으로 공수를 교대해가며 땅따먹기를 하는 게임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

NFL 이라 칭해지는 전미 미식축구 리그는 AFC와 NFC라는 두개의 컨퍼런스 리그로 나누어지며 초가을부터 시작되는 정규시즌이 끝나면 2월 초 즈음 하여 프로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챔피언십 게임이 열리는데, 이 것이 바로 Super Bowl 입니다. 1966년 시즌 성적을 기반으로 개최된 1967년 제 1회 슈퍼 볼 게임이 이후 올해가 45번째 게임이었답니다. 


이 슈퍼 볼이 열리는 주말은 Super Bowl Sunday, 혹은 줄여서 Super Sunday 라 불리우며 전미국인의 축제와도 같은 날이 된답니다. 미식 축구가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와도 같은 성격으로 인식되면서 미국인들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해준다고나 할까요? 실제로 대통령이 게임 전에 앞서 슈퍼 볼 기념 파티를 백악관에서 열 정도니까요. 올해는 Wisconsin 주의 Green Bay Packers 와 Philadelphia 주의 Pittsburgh Steelers 가 경기를 가졌답니다. 

이렇다보니 미 전역의 수많은 시청자들과 미식축구에 관심있는 이들이 방송을 보게 되고, 덕분에 미국 방송가에선 1년 중 이 한 순간이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답니다. 지역마다 시간대가 다르고 방송 프로그램이 다른 미국에서 한 프로가 집중적인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덕분에 잘 나간다 하는 기업들은 게임 중간중간 있는 시간대에 자신의 제품을 알릴 수 있는 광고를 내보내려 혈안이 된답니다. 신제품의 광고를 가장 먼저 내보이기도 하지요. 대다수가 1년 중 딱 이 시기에만 내보낼 목적으로 만든 광고들이 많아 광고를 보려 게임을 보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오늘 게임을 보며 주관적으로 재미있게 본 광고 몇가지를 링크해봅니다.

1. 폭스바겐 Black Beetle



20세기를 풍미했던 폭스바겐 비틀이 2010년부로 완전 단종이 된 건 알고 계신가요? 그 뒤를 잇는 신 비틀의 출고를 암시하는 광고였는데, 마지막까지 종채 감을 잡을 수 없다고 무릎을 탁 친 광고랍니다.


2. 현대 엘란트라



현대에서 요즘 미국 시장에서 Compact Car 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티가 나는 광고랄까요? 화질이 좀 그렇지만, HD 화질로 실제 광고를 보니 3D 비슷한 효과가 나게 만들었더군요. 나름 눈길을 끄는 광고였답니다.


3. 기아



딱 1번 나왔을 뿐이지만 나름 참신했다고 생각합니다. 시공간을 뛰어넘은 기아차에 대한 열정이라... 하지만 포세이돈은 약간 과장된 면이 있었던 듯 하네요.


4. 도리토스



보다가 배잡고 웃은 선전이랍니다. 배우의 저 멍때리는 듯한 얼굴에 상대방의 황당한 표정... 찍으면서 NG가 몇 번이나 났을 지 참 궁금하게 만든다는...^^;;


5. 코카콜라



처음에 블리자드가 새로운 게임 광고하는 줄 알았답니다..^^;;;


6. 폭스바겐 Passat



보면서 저도 모르게 피식했던 광고였답니다. 주변에 있던 여자애들이 Oh it's so~~~~ CUTE!!!! OMG!!!! 을 남발해대던 광고...


7. 크라이슬러



연비가 너무 좋지 않은 미국차는 지난 90년대와 2000년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지요. 그 여파로 가장 피해를 본 곳이 미국 미시간주의 Detroit 이고, 한 때 Motor City 라 불리며 미국 산업을 대표하는 이 도시는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추락을 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차타고 20분이면 갈 수 있는 도시인데,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은 도시랍니다. 그래서 그런걸까요? 이 광고가 끝날 즈음 Eminem이 "This is Motor City, this is What We Do" 라 말하자 주변 모든 이들이 환호를 했답니다. 광고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지만, 과연 차는 어떨지...

이 외에도 모토로라에서 아이패드에 대항해서 내놓는 Xoom 의 출시를 예고하는 광고, 미국 최대 이통사인 Verison 에서 아이폰4를 내놓는다는 광고 등 다양한 광고가 나왔답니다 (기대 이하였지만요). 1분에 약 3백만 달러 가량이 들어가는 슈퍼 볼 광고인만큼 각 기업들이 다양한 광고를 준비했지만, 기억에 남는 광고는 저 7가지 정도네요.

아, 트랜스포머 3편캐리비안의 해적 4편 티저 영상이 나왔는데 깜빡했네요. 포스팅이 생각보다 길어진만큼 링크만 걸어두겠습니다 ^^;;; 이번 여름엔 참 볼만한 영화가 다양하게 나오는 듯 싶습니다.

다시 슈퍼 볼 이야기로 돌아가면... 제가 개인적으로 Steelers 의 팬이라 (한국에서는 하인즈 워드가 몸담고 있는 팀으로 알려져 있죠) 오늘 해야 할 일들을 허겁지겁 주말 간 마쳐둔 뒤에 게임을 보았는데... 아쉽게도 패배를 했네요. 실망감이 컸지만, 그래도 끝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갈채를 보냅니다. 내년 시즌을 또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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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많은 이들이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동부 해안가 남쪽에 위치한 플로리다랍니다. 1년 내내 녹색의 풀들이 그 색을 잃지 않는 곳이고 12 ~ 2월 사이에도 바다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날씨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네요. 또한 유명인사들의 별장들이 몰려있는 곳이 플로리다랍니다.

짧은 겨울방학이라 집에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 처지가 비슷한 몇몇 학교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햇볕을 찾아 플로리다로 4박 5일간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답니다 (전 이미 여행 중이었지만;;). 아무튼 여행 도중 하루는 NASCAR 경주와 LPGA 코스로 유명한 Daytona (데이토나) 해변가를 다녀왔는데, 여행 중 가장 즐거웠던 날이었습니다.

데이토나 해변가 입구 중 한 곳 - 해변 안에 주차를 할 수 있습니다

백사장에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는데, 다만 속도 제한은 16kmh! 수시로 순찰대가 돌아다니며 단속을 한답니다. 아이들이 뛰놀기 때문이죠

저는 운전을 안한 관계로 드라이브중 뒤에서 느긋하게 사진만...

아무리 따뜻해도 연휴기간이다 보니 해변이 무척 한산합니다. 해변가는 갈매기떼에 점령당했네요

멀리 보이는 몇 안되는 고층 건물들 - 사실 미국 해안가에서 고층건물 보는건 참 힘들일입니다. 땅이 넓으니 굳이 고층을 지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한창을 바다에서 수영하다 모래성을 짓기로 했으나... 다들 너무 지쳐서 해자에 성벽, 그리고 간단한 문만 짓고 끝냈습니다. 그 와중에도 지속되었던 학교사랑

대부분의 플로리다 해변가에는 백사장 외곽지역에 바닷물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준비되어 있답니다. 샤워기도 있구요.

간단히 몸을 씻고 수영복도 대충 씻어 말렸는데, 한 30분 정도 지나니 거의 다 마르네요

옷을 널어둔 동안 찍어봈는데, 여름에 여행하다 발에 생긴 샌들자국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네요 ㅠㅜ


한참 재밌게 놀고 돌아가려는데 친구들이 묻습니다. 
도대체 이 좋은 곳을 왜 버리고 북쪽으로 올라갔냐고요.
제가 실은 고등학교를 이 근처 지역에서 다녔거든요 0_0;;;
이 1년 내내 한결같이 따뜻한 날씨에 질렸다라는 제 답을 전혀 믿어주지 않네요;

아무튼 즐겁게 놀고, 아쉽게 짧은 방학을 마무리 짓고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밖에는...
거짓말같이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고요.
분명 이틀전까지만 하더라도 반팔입고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네요. 갑자기 따뜻한 날씨와 해변이 그리워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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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주간은 상당히 바쁜 주간이었다. 미국의 추석이라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을 앞두고 막바지 시험 및 프로젝트들이 몰려있었기 때문이다. 내겐 시험말고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 한가지 더 남아있었는데, 매 학기마다 한 번씩 클럽에서 여는 가을 콘서트가 바로 그 것이다. 

University of Michigan's Men's Glee Club - 굳이 번역하자면 미시건 대학 남성 중창단이다. 클럽 이름치고는 굉장히 밋밋한 이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뭐 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클럽인만큼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 올해로 151번째 생일을 맞는 셈이니까.


참고로 나는 노래를 잘 하지 못한다. 플룻을 8여년 정도 배웠기에 악보를 읽을 수 있고 목관악기를 그럭저럭 다룰 수는 있지만, 만성적인 축농증 증세로 목소리를 높이면 약간의 앵앵거리는 증세가 나타나기에 '솔로' 로 노래를 부를만한 능력이 없다고 해야하나? 그러다가 미국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연히 시작하게 된 것이 All-American-Singers 라는 20명 규모의 학교 합창단이었고, 그 때 지휘자에게서 내가 계속 노래하기를 원한다면 미시건의 남성 중창단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추천해줬었다.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운좋게 Glee Club 에 들어올 수 있었고, 힘들고 낯선 대학 생활 속에서 내게 즐거움을 주고 도움을 준 것은 바로 이 클럽 활동이었다. 아는 사람이라곤 거의 없다시피한 대학 생활 초기, 나를 클럽의 전통에 따라 새로운 '형제' 로 여기며 같이 웃어주고 같이 걱정해주던 이들과 나는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다. 이들과 노래를 하며 같이 웃고 일주일에 한번쯤은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너무나도 행복했고 즐거웠다. 그래서였을까? 2년 전 군입대 전 망설임없이 이들과 스페인 콘서트 투어도 다녀왔었다. 

Seville (세비야), Spain


그리고 군 시절 2년 -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이들이다. 군시절 2년여간 가족들을 제외하고도 여러 편지들을 받았지만, 세 명의 한국 친구를 제외하면 모두가 클럽 멤버들에게서 온 편지들이었다 (인터넷과 편지의 차이는 정말 크다). 먼 이국 땅에서 누군가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느낌은 정말 특별했다. 누가 서양인들에게는 정이 없다고 했던가? 

갓 이등병 생활을 마쳤을 때 도착했던 스페인 공연 CD


복학하고 클럽으로 돌아왔을 때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들 중 대다수는 졸업하고 약 15명 가량만이 남아있었지만, 새로운 '형제'들과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 나는 몰랐지만 대다수의 클럽은 나를 이 15명을 통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으니까. 그리고 지난 토요일, 나는 형제들과 다시 무대에 섰고, 약 2700여명의 관중 앞에서 후회없는 2시간여 가량의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 -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Wedding Qawwali - 앞 사람에 가릴 때도 있지만, 나 너무 신나하는 듯;;

지난 151년간 클럽의 한결같은 모토가 되어온 "In T, C, and ME" 라는 문장이 있는데, 풀어쓰면 "In Tradition, Camaraderie, and Musical Excellence", 즉 "전통, 형제애, 그리고 음악적 우수성 속에 살아간다" 라는 뜻이다. 비록 노래는 잘 하지 못하지만, 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잊을 수 없어 계속 노래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취미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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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지역의 학교에는 보통 '마칭밴드 (Marching Band)' 라는 것이 있는데,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이동하며 연주하는 악단' 정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중고등학교에 많은 관현악부는 보통 '콘서트 밴드 (Concert Band)' 라 불리는 경우가 많으며 연주하는 음악에 따라 'Rock Band' 나 'Jazz Band' 로 분류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마칭밴드는 학생규모가 큰 학교나 음악쪽으로 잘 알려진 학교에 많은데, 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냥 말로만 듣고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면서부터 '아 이런 것이 마칭밴드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냥 행진하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주 중 다양한 대열을 보여주며 관중의 시선을 끄는 것이 특징이다. 


대학교에서는 보통 미식축구 시즌에 자주 볼 수 있는데, 학생들에서 비롯하여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의 응원을 유도하고 중간에 20분간 있는 하프 타임 휴식 시간동안 다양한 공연을 보여준다. 학교마다 입는 제복이 다른데, 마칭밴드의 제복에 학교의 특징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마칭밴드는 그 학교의 school spirit 을 상징하는 그룹이라봐도 무관할 듯. 

마칭밴드를 이루는 구성은 우리 학교의 경우 14개로 나뉘는데, 눈에 띄는 복장을 입고 봉을 돌리며 지휘자를 따라 연주 지휘를 돕는 드럼메이져 (Drum Major), 주로 여성으로 구성되는 깃발 (Flags), 피콜로,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호른, 트롬본, 튜바, 드럼 등등 다양한 종류의 악기들로 구성이 이루어진다 - 구성은 학교와 지휘자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 말이다


마칭밴드의 특징을 잘 보여준, "Lady GAGA" 공연 하이라이트

학교 마칭밴드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활동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특히 공대생의 경우;;). 일단 연습을 해야하는 시간이 보통 밴드에 비해 2배 이상 길고 (실제로 여름방학 끝나기 전에 의무적으로 모여서 밤 늦게까지 야외에서 연습을 하곤 한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멀리서 보았을 때 바로 티가 나기때문에 절대 실수가 없게 해야한다는 것 - 거기에 대학생의 본분인 공부까지 챙겨야하니, 시간관리를 잘 하지 못하면 무척이나 힘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마칭밴드의 공연을 보고 들던 생각은, 내가 왜 굳이 플룻을 배웠을까 하는 후회. 클라리넷이나 색소폰도 있었고 드럼도 있었는데, 굳이 플룻을 택해서 고집스럽게 배웠던 내 자신이 살짝 원망스러웠다. 플룻은 악기 특성상 분위기 띄우는 용도로 쓰이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마칭밴드에도 없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마칭밴드를 향한 열정은 군에 다녀오더니 많이 식었다 -항상 오와 열에 목숨거는 저네들을 보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더라는..; 

한국에서도 학생들이 고등학교때부터 이런 활동을 자연스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더 창의적이면서 멋진 공연을 펼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언젠가는 분명 그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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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나고 한창 콘서트 준비하는 중이지만, 그래도 가을학기의 토요일에 놓칠 수 없는 것은 역시나 미식축구...;;;; 전날 밤을 거의 새다시피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경기장으로 몰리는 관중들과 친구들에 이끌려 결국 집으로 향하던 발을 경기장으로 돌렸다.

Parents week (부모 초청 주) 에 M - National Heroes Week 행사 (군인 및 해양경찰 등 국가에 봉사한 모든 졸업생 및 재학생들을 기리는 행사) 를 하느라 유난히도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 특히나 군복입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었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기온은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듯...


많은 이들의 걱정 속에 시작된 경기는 긴장과 흥분의 연속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흥미진진하게 시작된 경기는 시간이 지남과 함께 더욱 빛을 발했고, 관중 수가 10만명에 못미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일까? (관중 수는 대략 11만 1천여명 정도로 집계) 



경기가 시작한 지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나온 터치다운, 그리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선수들... 상대편에 실컷 야유를 보내고, 우리 편이 공격할 때는 조용히 지켜보다가 성공하면 미친 듯이 환호하고... 치열한 경기는 결국 3번의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보통 3번째 쿼터가 지나고 경기의 결과가 좁혀지는 4쿼터가 진행될 수록 경기장에서 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늘과 같은 경우는 오히려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관중들이 더 늘어났다. 


결국 3시간 50여분의 승부 끝에 (쉬는 시간 다 포함;;) 67 - 65 라는 점수로 승리를 만들어내자 모든 관중들이 선수들에게 열광적인 standing ovation (기립박수 정도?) 을 보여주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추운 날씨 핑계로 경기장에 오지 않은 친구들은 무척이나 후회했고 ESPN 생중계에서는 해설자들이 오늘의 모든 경기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던 경기였다는 평을 남겼다고 한다. 

하긴... 3주의 연이은 완패에 마침표를 찍는 경기였으니 그럴만도 하다. 나도 이 게임을 놓쳤다면 정말 큰 후회했을 듯 - 집으로 향하던 날 붙잡아준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큰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사진기를 가져가지 못해 참 아쉬웠지만.

경기가 끝난지 몇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경기 도중 분비된 아드레날린이 남아있나 보다... 하긴,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소란스런 바깥의 분위기를 보면 학교 재학생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이래저래 바쁘고 힘들지만, 이런 재미가 있으니 힘들어도 학교 다니는게 좋은게 아닐까...



사진출처(source) : www.mgobl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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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블로그?!

From U.S. 2010. 10. 26. 05:20
요즘 이상하게 티스토리의 접속이 원활하지가 않습니다. 뭐 한국 도메인이니 약간 느린 것은 이해하겠지만서도, 아예 접속조차 안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자꾸 여기다 사진을 올려서 트래픽 발생때문에 학교에서 임시 차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아무 이상없이 접속되는 것을 보면 그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한국 사이트는 거의 접속이 불가능한 정도?)

티스토리에 들어오질 못하니 좀 답답하기도 하고 해서 약간의 외도(?)를 했답니다. 08년에 구글 계정과 연동시켜놓은 blogspot 블로그를 살리는 일을 해봤답니다 -_-;;;; 


원래 블로그를 시작한 취지가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을 알려보고픈 의도로 시작을 한 것이었는데, 영문 글 작성의 압박에, 그리고 티스토리의 매력에 눈이 멀어 그냥 잊혀진 블로그였답니다. 그런데 티스토리 접속이 불가능하게되니 자연스럽게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더군요... 

일단 시커먼 배경화면과 우중충한 분위기부터 나름 상큼하게(?) 바꿔보았습니다. 당시 군입대 전이라 뒤숭숭한 제 마음이 블로그 생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더라구요. 무언가 우울한 분위기가 스멀거린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살펴보니 가장 최근에 포스팅한 글이 08년 5월에 적어둔 것이더군요... 하긴 티스토리로 이전하고 나서 찾아가보지도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일단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글들도 하나하나 지웠습니다. 지금의 제 생각과 당시의 제 생각이 어긋난다면 과감하게 지웠죠 - 어차피 티스토리 블로그에 다 옮겨둔 글들이니까요. 

한시간 정도 손보니 이제 좀 블로그같이 보이는 느낌입니다. 

무엇을 주제로 운영을 해볼까 하다가 (솔직히 티스토리 블로그는 좀 잡다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뚜렷한 주제도 없고해서;;;)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한 목표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한국에 대해서 알릴 수 있고, 유학생으로서 바라보는 미국에 대한 시선 (미국애들 생각보다 꽉 막힌 애들이 많습니다) 등등. Facebook이랑 연동하면 나름 미국친구들이 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시험공부 하지 않고 했답니다. 

그런데. 

티스토리가 다시 됩니다 -_-

영문블로그...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이대로 그냥 표류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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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눌림

From U.S. 2010. 10. 18. 05:16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_-...

어제 저녁에 새벽 1시 반쯤에 집에 돌아왔답니다 - 평소같이 도서관에서 과제에 치여서 오는 길이 아니라 친구의 생일 축하 파티를 해주고 오던 중이었답니다. 게다가 18, 19일이 'study break' 라서 좀 놀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대충 씻고 2시 반쯤에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무슨 생각이었는지 푹 잠이나 자 보자는 생각이 들어 창문 블라인드를 내리고 아침 햇살에 깨지 않도록 발을 창문쪽으로 두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얼마나 흘렀을까? 목이 굉장히 마른 겁니다. 하긴 술을 좀 마셨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눈은 떴는데 몸이 안움직여지는 겁니다! 이게 뭔가 싶어 움직이려는데 정말 아무 것도 안움직여집니다. 분명 내 침대에 누워있고 창문 밖으로 길가에 들어온 전등의 빛, 그리고 창가에 놓여진 전자시계의 시간이 보였습니다 (4시 30분가량이었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제 배쪽에서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더군요.

갑자기 술이 확 깨면서 아까 먹은 것(?) 중 뭔가가 잘못되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답니다. '혹시 병걸린거 아냐?' 하면서 시계를 바라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손하고 발쪽에 힘을 주려고 하면서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봤는데, 순간 '헉!'하고 놀랐습니다. 뭔가 반투명한 형체가 제 배쪽 위에 있더군요;;; 뭐지 하면서 시선을 다른데로 돌렸다가 다시 봤는데, 분명 뭔가 있습니다. 제 배 위에 걸터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더니 이럽니다.

"내가 보이냐~?"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껄껄껄껄껄껄 ~ "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정말 말이 안나옵니다;; 겁에 질려서 시선을 다른데로 돌리며 소리를 질렀는데, 귀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정말 겁에 질려서 무언의 괴성을 지르는데, 그 반투명한 것이 제 얼굴쪽으로 웃음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 난 죽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가벼워지더군요. 순간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불켜보니 얼굴이 온통 땀범벅입니다. 간단히 세수하고 시계를 보니 4시 40분 가량입니다. 아... 등골이 오싹해지더군요. 그렇다고 이 시간에 같이 사는 친구를 무섭다고 깨울 수도 없고... -_-;;; 그냥 다시 베게를 베고 잠을 청했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또 배가 아파옵니다. '설마'하면서 눈을 떳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안움직입니다. 눈알굴려서 창문가의 시계를 보니 5시 20분 쯤입니다 - 그리고 머리 속에 울리듯 들려오는 목소리.

"내가 간 줄 알았더냐...?"
"... (살려주세요오오오오오오오 ~~~~ 아아아아악~~!!)"
"껄껄껄껄껄 ~ "
"... (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엔 정말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친듯이 움직이려고 했습니다. 정말 고등학교때 레슬링 할 때 보다 더 격렬하게 움직이려 했답니다. 손하고 발이 조금씩 움직이는게 느껴지더군요. '희망이 보여!' 라는 생각과 더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소리를 있는대로 지르면서 말이죠 - 거의 괴성수준이 되어야 했는데 문제는 귀에 안들리더군요;;; 반투명한 괴생명체는 계속 웃습니다. 

계속 그렇게 저항하다가 새벽동이 트니 갑자기 무거운 느낌이 사라지며 제 목에서 "아아악" 소리가 나오며 벌떡 일어날 수 있었답니다 - 역시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아까랑은 다르게 뭔가 '창백' 해보이더군요. 부엌으로 나와서 찬 물 들이키면서 정신을 진정시켰답니다. 그렇게 아침 8시까지,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멍하니 부엌에 앉아있었습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룸메이트에게 사정을 설명하니까, 그냥 나쁜 꿈을 꾸었다는 듯이 취급해버리고 넘어가더군요. 난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머리를 다른 방향으로 두고 잔 것이 문제가 아니였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살면서 절대 그런 적이 없거든요 - 창문 반대방향이나 햇살이 들지 않는 곳으로 머리 두고 잔 것 말이죠. 비록 증명해줄 이미지 같은 것은 없지만, 정말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ㅜㅠ


P.S. 근데.. 만약 정말 귀신이라면 말이죠, 미국인데 왜 귀신이 한국말을 하는 거죠??;;; 한국에서 따라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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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청한 가을날

From U.S. 2010. 10. 11. 11:05
모처럼 날씨가 따뜻해졌습니다.
지난 2주 가량은 칼바람이 불면서 옷을 껴입지 않으면 못다닐 정도로 춥더니, 거짓말같이 따뜻한 날씨가 찾아왔네요.


미국 및 캐나다에서 인디안 썸머 (Indian Summer) 라 통칭하는 기간이 있습니다. 보통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 정도 즈음에 나타나는데요, 물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가 지속되다가 첫 눈이 오기전에 갑자기 따뜻해지는 기간을 말한답니다.

곧 있으면 약 5개월 가량의 (5개월에서 그쳤으면 좋겠지만요) 기나긴 겨울이 시작될텐데, 그 전까지 얼마 지속되지 않을 이 쾌청한 날씨를 즐기며 '학업'에 충실(?)해야겠습니다... -_-;;; 시험은 끝났지만 3주 후에 또 중간고사가 있기에...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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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바쁘게 학교를 다니다보면 싸이는 스트레스가 있지요... 특히나 시험기간에는 더 심하답니다 -_-... 하긴, 대학교가 그런 곳이죠. 매일같이 과제랑 프로젝트에 치여사는... 하지만 가을학기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즐거운 일이 기다리는데요~ 미식축구 (보통 football 이라 칭합니다) 리그입니다. 풋볼을 정말 좋아하는 저로서는 일주일 중 최고의 날인 셈이죠.

오늘은 미시건 주립대 (Michigan State University) 랑 경기가 있던 날인데요, 간만에 날씨도 좋고해서 사진 몇 장 담아왔습니다.

경기시작 15분 전... 모여드는 인파

사람들은 계속 몰려들고.

게임 시작전인데 경기장은 이미 한 껏 달아오른 상태

아...! 선수들 입장합니다~

최대한 당겨서 찍은 모습입니다

선수들 입장과 동시에 101 공수여단에서 고공강하를 선보이네요

필드에서 코치진과 대화를 나누는 공격진

자자 시작합니다 ~

경기 중간중간 마칭밴드에서 요런 자그만 공연들도 해줍니다

3:30에 시작한 경기가 7:00 가량이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도로를 점령한 인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5전 5승이라 기대를 크게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_-... 경기 시작 전 정체를 알 수 없던 불안한 느낌이 현실이 되더군요. 34-17이라는 큰 점수로 대패. 그 것 때문에 지금 기분이 영 말이 아닙니다. 한국 대 중국 국가대표 축구 경기에서 진 느낌이랄까요. 그냥 허탈합니다. 저 말고도 경기장에 있던 11만 관중이 모두 그런 느낌이었겠지요. 

그래도 한 주간 중간고사다 뭐다 해서 쌓였던 스트레스 경기장에서 풀고 오니 기분은 좋습니다. 다음주에는 더 좋은 경기 보여줄 것이라 믿고 기다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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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은 한글날 - 솔직히 말해면 저에게 한글날은 대략 언제쯤이다 하는 개념은 있지만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고 사는 그런 날 중 하나랍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몇몇 이유들을 댈 수 있겠지만, 그 어떤 변명을 한다하더라도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과학적인 언어인 한글을 쓰고 있는 후손의 입장에서는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3차 정기 휴가 때 찾았던 광화문 광장


해외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같은 한국학생들끼리 만나거나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한글을 접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생활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한글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영어지요. 하지만 이러한 생활환경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한가지 있답니다. '과연 나는 어느 문화에 속하는가?' 라는 의문이지요.

한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고, 미국서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교를 다니다가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대학교에 복학한 상태구요.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교포분들에 비하면 한글을 잘 쓰지만 국내 친구들과 비교할 수준은 못되고, 영어를 어느정도 하는 편이지만 현지인들을 따라갈 수는 없더라고요. 마치 중간에 어정쩡하게 걸쳐있는, 이도저도 아닌 그러한 상황이랄까요? 

군시절 초반 선임들에게 가장 혼이 많이 났던 부분이 '언어' 였습니다. 제 말투가 뭔가 '한국인' 스럽지 못하다라고 하던 것입니다. 제 소속이 육군훈련소였는데, 훈련병들 교육하는 데 있어 말투가 어색하단 것은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는 것이 선임들의 생각이었죠. 그런데 아직까지도 그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모른답니다. 

솔직히 군에서 그러한 문제를 마주치기 전까진 국내 친구들이 가끔 '뭔가 어색한 것 같다' 라는 말이 그냥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말이려니 했는데, 이젠 정말 제 자신이 '이도저도' 아는 편에 속하게 된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답니다. 저는 한 끗 의심도 없이 제 자신을 '한국인' 이라 생각했는데, 주변서 그러한 생각을 공유해주지 않으니 제 내면의 무언가가 흔들리는 느낌입니다.

한글이 너무나도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언어라는 것에 크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외국 친구들이 한글을 알려달라고하면 반색하며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지만, 정작 제 자신은 한글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사용하냐는 의문이 항상 듭니다. 가능하다면 대학서 한국어를 수강하고 싶지만, 수강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한국어가 우리나라 중학교 수준만도 못하니 들어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차라리 다른 블로그를 방문하고 교류하는 것이 제가 한국어 실력을 유지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조금 버벅거리는 것을 보면, 정말 문제가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지만... 고민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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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복학생이라서 그런걸까요?
제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 남학생들의 대부분이 아직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친구들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만나기만하면 군대이야기만 물어보네요 "형 / LJ, 군대는 어땠어?" 

솔직히 하나 둘 이야기 보따리를 풀자면 말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오늘은 한국군대 이야기보다는 이 곳, 미국서 접하는 군인들에 대해서 약간 말하고 싶습니다.



제 주변 외국인 친구들 중에는 ROTC가 2명 있습니다. 한 명은 해군 소속이고, 다른 한 명은 해병대 소속이지요.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들은 1년 후 정식으로 임관을 하겠지요. 그 중 해군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 왜 굳이 다른 길들을 놔두고 군대를 택했느냐는 질문이었죠. 그 친구는 제게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려주었답니다.

1. 리더쉽의 습득
2. 최신 기술을 이용 / 수학하며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음
3. 군인으로서 얻는 자부심과 혜택
4. 국가에 대한 보답

1번과 4번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2번과 같은 경우에는 '미군'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나름 짐작만 할 뿐입니다. 실제로 미군의 과학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죠... 실제로 매년 열리는 학교 주관으로 열리는 Career Fair 에 가보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함께 각 군의 모병담당관들도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모집한답니다. 



미군으로서 가지는, 혹은 군에서 전역 후에 지급되는 혜택의 기반은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후 제정된 G.I. Bill 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너무 많아서 제가 다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보면 군대가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한다고 생각될 만큼 많은 정부 지원 혜택들이 있습니다. 학자금 전액 지원이나 의료보험 제공, 혹은 주택 마련 지원 등 정부에서 따로 부서 (Department) 를 만들어두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니까요. 

한국은 어떤가요? 전역 / 제대 군인들한테 그러한 혜택이 있나요? 말만 번지르르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제대로 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죠. 얼마 전 뉴스에서 보니 전역군인들 중 부사관이나 위관급은 진급못해 전역하면 정말 낙동강 오리알 신세처럼 되는 경우가 많다던데...

물론 '모병제'로 운영되며 막대한 자금이 뒷받침해주는 미군과 '징병제'에 빈약한 재정이 뒷받침해주는 국군을 똑같이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요. 하지만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이러한 것들이 아닙니다. 

미국 친구들은 (비록 징병제라도) 제가 국가에 2년간 군인의 신분으로 있었던 사실을 알면 가장 먼저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너 정말 자랑스러웠겠구나!" 혹은 "네가 학교에서 떠나 군인이었던 2년이 자랑스럽지 않니?" 뭐 이런 식의 말들입니다. 비꼬는 것도 아니고, 정말 진심을 담아서 그렇게 말해줍니다. 전 이런 말에 그저 말없이 웃을 뿐이죠.

꽃피는 화창한 어느 봄날...


전역 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제 큰 장애물 하나 넘었네" 라는 말이었습니다. 네, 하고 싶은 것 많고 해야하는 것 많은 20대 초반에 2년간의 의무복무 - 군복무가 장애물처럼 여겨지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 한국사회입니다. 그리고 군대에 '말뚝박은' 사람들은 사회에서 할 것이 없는 '잉여' 라는 인식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곳 군인들은 자신의 전투복 / 제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 또한 주변 사람들도 이들을 존중해주죠. 비단 군인뿐만이 아니라, 경찰에서 비롯해 소방관까지, 사회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신을 헌신하는 사람들에 대한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고 그에 걸맞는 사회적 대우를 해준답니다(100% 그렇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이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요, 고마워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큰 생각없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군대다녀와서 학교로 돌아오니 예전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띄네요. 사실 이 글은 이런 의도로 쓰려던 게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이렇게 흘러가버렸네요. 

에휴... 여기서 푸념해서 뭐하겠습니까, 시험이 이틀 전인데 -_-;;; 일단 발등의 불부터 꺼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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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밖에 보슬비가 내리더군요. 하루 종일 내리는 보슬비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몇몇 잊고 있던 옛 생각들이 나서 간단히 글을 적어봅니다.

1. Favor? Flavor?

생전 처음보는 미국 호스트 패밀리와의 만남이었습니다. 하지만 패밀리라 부를 수도 없던 것이, 아이들은 다 외지의 대학에, 아저씨는 한국 출장(;;;)나가계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주머니랑 인사 후 저녁을 먹는데, 마침 그 날 저녁에 밥이 있더라구요. 미국인 아주머니께 좋은 인상도 받을겸 고추장을 가지고 나왔는데, 흥미롭게 보더니 한 술 덜어놓고 저에게 물어봅니다. 

"What's the flavor like?" (이거 무슨맛이야?)

간단한 문장인데 빠르게 말해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버퍼링 느린 컴퓨터처럼 버벅대다가 what 이 들리고 like 라고 한걸로 봐서 좋다는 뜻인가? 생각하다가 flavor (맛) 을 favor (호의) 라 생각하고 웃으며 대답했죠.

"You're welcome!"

...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아주머니. 다시 물어보더군요. 똑같이 대답해줬죠, 대신 천천히 또박또박;;;; 결국 한 10분 가량 이 비스무리한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Flavor 랑 Favor 의 차이를 몰라서 생긴 일이었지만, 첫 날부터 식탁 위에서 사전 펼쳐놓고 아주머니와 공부해야 했답니다. 이 일이 있은 후로부터 대화 도중 모르는 단어를 들킬 때마다 저녁 설거지를 해야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많이 실력이 늘었답니다 -_-;;;

처음 미국생활당시 잠자리 옆에 붙여두던 포스터


2. I'm so Wet!

미국인 가정집에서의 생활도 적응이 조금씩 되어가고 학교 생활도 적응이 되어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니 옷이 많이 젖어있더군요. 그 날은 미국학생들과 함께 듣는 생물 수업이 가장 먼저 있는 날이었는데, 빗물 뚝뚝 흘리면서 교실에 들어가니 담당 선생님이 묻습니다.

"오~ 오늘 아침에 우산 안쓰고 왔어~?"
"아 오늘 자전거 타고 오느라 이렇게 됐네요"
"그래? 춥지 않아?
"춥지는 않은데, 완전히 젖었네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답니다 - 마지막 말을 끝마치자마자 갑자기 교실이 약 5초간 조용해지더니, 갑자기 선생을 포함한 모든 이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하는데... 기분이 조금 상하더라구요. 나중에 수업이 끝나고 옆에 있던 친구가 말을 겁니다.

"You know what you said?" (너 무슨 말 한건지 알아?)
"What? I said, 'I'm so wet'" (뭘? 난 그냥 내가 완전히 젖었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기분나쁘게 한 번 더 낄낄대며 웃더니 귓속말로 뭐라고 속삭여줍니다. 이해가 안가서 다시 말해달라고 하니까, 천천히 말해주는데 알아듣고 나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wet' 이란 단어가 '젖은' 이라는 뜻이 있는 것은 맞지만, 사람이 주체가 되는 경우 '성적으로 흥분한 상태' 를 지칭하는 말이 되더군요... 뉘앙스가 그렇대요, 뉘앙스가...ㅜ_ㅠ 이런 건 한국서 배우지 못했단 말이야..! 라고 외쳐봐야 이미 엎어진 물... 그나마 다행인건 제가 남학생이었다는 사실;; 

이 이후 한동안 친구들은 저보고 비가 오거나 흐린 날만 되면 "오늘은 괜찮냐~?" 라고 낄낄대면서 놀렸댔습니다... -_-;;;

...
써놓고 생각하니 엄청 부끄럽네요;;; 지금 생각하면 다 지나간 추억이라 여길 수 있다지만, 아직도 저 당시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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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미국에서는 학기 시작 전 학교에서 신입생들에게 school spirit 을 심어주기 위해서 여는, 일종의 신입생 환영회와 같은 행사가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이 행사를 Maize Craze 라 칭하는데요, 학교를 나타내는 색깔이 Maize (진한 노란색) 과 Blue (청색) 중 좀 더 활발한 느낌이 드는 노란색을 행사 이름같은 곳에 많이 쓰곤 합니다. 


행사는 Palmer Field 라고 불리는 학교 내 잔디밭같은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저랑 친구랑 늦게 가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네요 - 원래는 저 필드가 가득 차야 정상인데 말이죠. 작은 무대에서는 시간대별로 학교 스포츠팀 코치들과 몇몇 선수들이 나와서 신입생들에게 스스로를 소개하고, 텐트 안에서는 신입생들을 위한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해줍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학교 Marching Band (마칭밴드라 하며, 가만히 앉아서 악기를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유니폼을 입고 거대한 대열을 만들어 퍼포먼스를 벌이는 그룹) 가 와서 신입생들에게 fight song (학교 응원가) 를 가르쳐주기도 한답니다. 


간만에 돌아오는 학교라 신입생들의 기를(?) 느껴보려고 갔는데, 같이 갔던 엄친아님(키크고 잘생기고 운동잘하고 공부잘하고 사교성좋고 매너좋고... 도대체 부족한 게 뭘까하는 의문이 듬)과 함께 옆에서 바라봤답니다 - 신입생들이라 그런지 너무 어리더군요 ==;;;


잠깐 나와서 간만에 풀밭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도 받고 우연치 않게 옛친구들을 볼 수 있던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 이제 한 달 정도 지나면 겨울이 시작될텐데, 그냥 이런 날씨가 계속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게 지난 금요일의 일이었고, 토요일에는 학교 미식 축구 시즌의 첫 경기가 있는 날이라 있는 날이라 경기장에 갔었답니다. 시즌 첫 경기에 30-10이라는 승리를 거둬 파티가 벌어졌고, 하루 이틀 승전파티 겸 개강 전 파티도 즐기고 친구들과 운동도 하다보니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네요... =_=;;;

이제 개강인데... 마음 다잡고 공부해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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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전역하고 약 120여일... 여름을 신나게 보내고 복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2년 동안 한국에서 체류했던 탓인지, 편입생 취급을 받으며 신입생들이 밟는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 하더군요 - 미국 학교들의 오리엔테이션은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게 교수진과 학생 봉사자들이 주최를하는 일련의 행사랍니다. 좋든 싫든 오리엔테이션들 참가하다보니 처음 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생각도 나고 해서,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써볼까 합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University of Michigan 라는 이름의, 한국에서는 미시건대학으로 알려진 학교입니다. 사립대학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주립대학이랍니다(이름이 비슷한 학교로 Michigan State University - 미시건 주립 대학이 있습니다).


1817년에 설립되었으며, 평균적으로 학부생 25,000여명, 대학원생 및 교수진 15,000여명이 메인 캠퍼스가 위치한 Ann Arbor (앤아버) 에 재학중이며, 다른 지역 캠퍼스들 (Dearbon, Flint) 에 등록되어 있는 15,000여명의 학생들을 포함하면 학생인구가 55,000명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학입니다. 

Bio-Medical Research Building


12개의 학부 대학 (College) 에서 약 220여개의 전공과목을 제공하며, 연구 중심의 대학이기에 다양한 학제간의 (interdisciplinary) 프로젝트와 연구가 진행되고있습니다. 근세기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과 함께 미시건주의 경제가 어려워지며 주정부에서 받는 지원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지만,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전폭적인 재생에너지 관련 개발 지원과 지속적인 기업들의 연구 지원 등은 연구 중심 대학으로서의 명성을 계속 이어가게 하고 있답니다. 

College of Engineering


대학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장점은 동문 네트워크입니다. 2007년 기준 전세계에 약 46만명에 이르는 동문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투자는 현재 수학중인 학생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준답니다 - 연줄로 인한 부정이 아닌, 학생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충분한 자격이 있는 이들에겐 기회까지 주어지는 것이죠. 

the Diag


학교의 또다른 장점은,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학교 자체에 가지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점입니다. 미국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학교 자체에 가지게 되는 자부심은 대학의 스포츠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2년간 대학 미식축구팀이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미국 대학들 중 학문과 스포츠가 상위권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특히 Ohio State University (오하이오 주립대) 와의 라이벌 관계는 미국 대다수의 국민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답니다. 


Ann Arbor 캠퍼스의 경우 중앙 캠퍼스와 북부 캠퍼스를 합쳐 약 3,100 에이커에 달하는 면적을 자랑하며, 800만권 이상의 장서를 보관중인 20여개의 도서관들에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들을 포함한 200여개 이상의 대학건물들이 위치하고 있답니다.

눈내리는 3월 대학원 도서관


상대적으로 북부지방에 위치하여 겨울이 긴 편이며, 혹독한 겨울 날씨는 학생들에게 종종 유머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평균적으로 1년의 7개월 가량은 눈이 올 수 있는 날씨이며 남은 5개월 가량이 영상의 기온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여름에는 한국만큼이나 더운 날씨가 이어진답니다 - 습도는 훨씬 낮지만요.

12월의 Michigan Stadium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네요. 아무튼 복학하고 드는 생각이 있다면... 빨리 졸업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라에 도움되는 인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들이랄까요... 아직 군인정신이 남아있나봅니다^^;;; 아무튼 복학도 했으니, 마음 다잡고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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