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을 하다보면 피해갈 수 없는 상황 중 하나가 의도치 않게 머리가 길어진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학생활을 하다보면 머리가 지저분해 보일 정도로 길어지는데, 이를 자르기 위해선 상당한 금전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각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점은 있겠지만, 남성용 컷트를 하는데 드는 기본 비용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40달러 가량, 한국으로 치면 얼추 4만 4천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이발도 어디까지나 서비스업, 일반적으로 15%~20%의 팁을 준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40달러의 비용이 나왔다고 했을때 46~50달러 가량의 비용을 실질적인 이발비용으로 삼아야 하는 셈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패션에는 큰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이발을 할 때는 항상 어릴 때부터 다니던 단골 미장원이나 이발소에 가서 만원 이하의 비용으로 간단하게 처리하곤 했는데... 일반적인 이발에 최소 5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셈법을 하니 도저히 미국에선 선뜻 이발을 하러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머리를 영 잘 다루지 못해 안깎느니 못한 결과물을 얻어본 경험이 있던지라, 거추장스런 장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패션에 신경쓰지 않는 내가 못받아들일 정도면, 정말 심각한 거였다. 오죽하면 정상적인 머리가 황비홍에 나오는 변발같다고 놀림을 받았을까).
그러던 어느 날, 간단한 알람시계를 사러 SEARS 쇼핑몰을 누비던 도중이었다. 알림시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장비가 소위 "바리깡"이라 불리는 이발기였다. 약 50달러에 이르는 장비였는데,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 이발기만 사들고 집으로 황급히 돌아왔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이발기를 잡고 머리를 시원하게(?) 밀어버렸던게 너털웃음을 터뜨렸던게 2007년의 10월 즈음이었다.
처음에는 편하게 학교를 다니기 위해 3mm, 혹은 6mm로 짧게 전체를 밀어버리기만 하는 단순한 이발을 했었다. 하지만 이후 훈련소에서 복무하며 수많은 훈련병들과 후임들, 그리고 내 스스로의 머리를 직접 깎아보며 일명 "실전 바리깡 사용법" 이라는 기술을 획득하고 나서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나름 윗머리를 살리기도 하고, 안경때문에 수시로 양갈래로 갈라져 나오는 구렛나루 부분만 간단하게 관리해 주는 등... 다른 이들이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크게 이상한 부분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를 이발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5년이 지난 이제서야 생각해보는 것이지만, 참 무모한 짓이었다. 대형 쓰레기통 위에 머리를 가져다 대고 내 스스로 이발을 한단 말에 기겁을 하던 친구들도 몇몇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달이나 두달 사이에 한 번 정도 머리를 정리해줘야 한다고 가정했을때, 지난 5년여간 못해도 2천~3천달러 가량을 아낄 수 있었던 듯 싶다.
이제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이발할 일은 없겠지만, 유학 도중 돈을 아낀 사실을 떠나 평생 이야기거리가 될 추억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저 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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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L.J.
We shall find peace... We shall hear angels... We shall live under the blue sky sparking with diamo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