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안에서 보내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보내는 건데 굳이 알아둘게 있느냐' 라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일단 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는 다른 교육기관들과는 다른 태생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크기"죠.
훈련소 본부의 직할대들을 제외하고서 7개의 교육 연대가 위치한 육군훈련소는 국내 최대, 아니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게 자랑거리일지는...;;) 단일 교육기관입니다. 연간 12만여명이 거쳐가고 하루 교육받는 인원 평균이 만여명에 달하는 메머드급 부대지요.
덕분에 편지 수발에 있어 종종 문제가 생기곤 하는데, 훈련병에게만 편지가 오는 것도 아니고 이 곳 저 곳에서 훈련소 내로 오는 편지들을 모두 합하면 그 양이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중간에 가끔 편지가 사라지기도 하는데, 특히 여자친구에게 줄편지를 받던 훈련병은 분대장에게 의문을 제기하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86번 다음 87번 88번 편지가 없고 89번이 왔는데 어떻게 된거냐고.. ㅇㄹㅇㄹㅈ...
그래서 훈련소에 편지 보낼 시 알아두면 유용한 DO 와 DON'T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DO! 주소와 숫자는 정확하게, 그리고 크고 뚜렷하게
군부대로 편지를 보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사단, ~~연대, ~~대대, ~~중대, ~~소대, 혹은 ~~분대 등 모두 숫자가 들어가니까요. 훈련소는 먼저 연대로 구별이 되는데, 여기서 숫자가 잘못 기재되면 그 편지는 절! 대! 받아야 할 훈련병이 못받는다고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만약 23연대로 가야할 편지가 25연대로 간다면? 기본적으로 주소지에 적힌 숫자로 빠르게 연대구분을 먼저 하는데, 거기서 잘못 걸려지면 뭐 별 수가 없습니다. 비단 연대 뿐만 아니라 소대 구분까지는 정확히 해주셔야 훈련병이 편지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답니다. 분대장들이 착할 경우 옆중대의 편지가 잘못 온 경우 전달해주는 경우가 있긴합니다만, 그런 위험은 줄이는게 좋죠.
참고로 훈련병 이름을 잘못 적으셨다해도 번호만 맞으면 편지는 제 때 도착한답니다 ^^
DON'T! 편지에 금지품목 넣기
네... 일반적으로 편지에 무언가를 꿍쳐서 보내시는 분들 많습니다. 한 번 두 번도 아니고 정말 자주 오죠. 가장 자주 오는 것들 중 하나가 담배 한 두 가치나 두께가 굵지 않은 껌이나 사탕 같은거 그런 것들 자주 보내시더군요. 쏠라씨랑 레모나 보내시는 분들도 종종 있고... 한두개 숨겨보내면 무사히 도착하리라 생각하십니까 -_-?
일단 편지가 오면 중대에서 행정병이 소대별로 편지들을 구별하면서 평균보다 두껍거나 조금이라도 의심가면 다 따로 빼놓습니다. 그리고 원칙대로라면 담당 소대 분대장이 해당 훈련병을 따로 불러 훈련병이 보는 앞에서 편지를 개봉하고 편지 이외의 모든 것들은 압수하지요 - 눈코뜰새 없이 바쁜 때는 행정병들이 임의 처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물품들을 퇴소하는 날 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죠 (그 날도 정말 바쁘기에;;)
가끔 센스있는 분들이 "양담배" 몇가치와 함께 '조교님들 수고하십니다 - 우리 XX 잘 봐주세요' 라는 쪽지를 말아넣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담배는 절대 주지 않습니다, 사탕 한 두개 정도라면 모를까... ^^; 물론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분대장이면 어림없습니다.
DO! 편지 봉투 확실히 밀봉하기
이건 특히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아리땁고 마음씨 고운 여성분들이 종종 실수하시는 경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대다수가 남자친구에게 편지 보내는 설렘에 내용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편지 봉투까지 아주 반짝반짝 눈이부시게 꾸며서 보내더군요.
뭐 주소만 명확하다면 도착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가끔 풀 대신 볼륨있는 케릭터 스티커 같은거 한두개로 편지 봉투의 마무리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종종 훈련소로 도착하는 수많은 편지들과 뒤섞이고 나뒹굴며 손상되거나 유실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어찌어찌 봉투는 도착했는데, 내용물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당시 훈련병 표정이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그러니 편지봉투는 가능하면 규격에 맞는걸 사용해주시고, 밀봉을 제대로 해주세요 - 별거 아니지만 도움이 됩니다.
DON'T! 등기나 소포보내기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 꼭! 반드시! 봉투에 쓰라고 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등기 및 소포 수취 불가" 라는 문구지요. 그런데 편지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이 문구에 신경을 쓰지 못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등기우편과 같은 경우에는 우편물의 취급과정을 세세히 기록해서 수취율을 높이는 것인데, 훈련소 지침상 간부들에게 오는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부대로 등기를 받진 않습니다.
소포의 경우 편지 이외 다른 물품을 보내신다는 말인데, 원칙적으로 보급품 이외 일체의 바깥 물건을 통제하는 훈련소의 특성 상 훈련병에게 전달해 줄 수가 없답니다. 예외가 있다면 안경이 파손되어 새로운 안경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훈련병이 속해있는 소대의 소대장이 부모님께 연락을 드려 소포를 보내실 주소를 알려줍니다. 교관(소대장)이 수취하고 전달해주는 경우지요.
가장 난감한 경우는 돗자리만한 편지와 함께 먹을거리가 잔뜩 온 경우인데... 이건 훈련 중대에 따라 취급하는 방침이 다 달라 달리 설명을 생략합니다. 확실한 건 훈련병이 편지는 받더라도 음식을 온전히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선물(?)은 자대 배치 받은 후에 해주시는게 좋답니다.
이 정도면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은 대충 적은 것 같네요. 간단하게 쓰고 끝내려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모쪼록 입대 후 모두를 위해 훈련받으며 구슬땀 흘리는 훈련병들이 애정어린 편지를 무사히 받고 힘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P.S. 친구 말대로 요점만 콕콕 집어서 간략하게 말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할텐데, 정말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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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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