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봄방학이 시작했습니다 - 뭐 그래봐야 겨울방학 Part 2 에 가까운 성격이지만요.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니 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다른 이웃들도 그러한 느낌인지 밖에서 막 뛰어다니며 눈싸움하고 있네요. 어린애들처럼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눈싸움하는 모습을 보니 지난 여름 유럽 오스트리아에서의 추억이 생각납니다. 

오스트리아에 가면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모차르트의 흔적입니다. 그의 천부적은 능력 탓인지 젊은 나이에 요절을 했죠. 그래서 오스트리아 곳곳에는 모차르트 초콜릿으로 대표되는 모차르트 관련 기념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답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도 그의 이미지로 도배가 되어있다시피한 곳이 있는데, 바로 그가 태어나고 세례를 받은 잘츠부르크 (Salzburg) 입니다.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세계적인 음악회 역시 열리는 도시가 되었죠. 그리고 이탈리아의 로마와 분위기가 흡사하다하여 리틀 로마라고 칭하기도 한답니다. 

잘츠부르크에서 모차르트와 화려한 잘츠부르크 대성당을 제외하고도 또 하나의 명소가 있는데, 바로 15세기 초에 지어진 헬브룬 궁전 (Hellbrunn) 이라는 곳입니다. 이름이 특이하죠? 전 이 곳을 보고 '뭐야 지옥이란거야?' 라고 피식했는데, 친구의 말에 따르면 독일어에서 ' 'Hell' 이라는 단어가 '맑은' 혹은 '밝은' 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 궁전은 정교함 속에 빼어난 화려함을 자랑하는 잘츠부르크 대성당을 건축한 산티노 솔라리 (Santino Solari)가 설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고, 흔히 '물의 궁전', 혹은 '물의 정원' 으로 칭해집니다. 이 독특한 이름은 17세기 이 곳을 관저로 이용했던 잘츠부르크의 대주교가 이 곳 정원의 일부를 'Trick Fountain' 이라 불리는 공간으로 개조를 생긴 것인데요, 이게 아주 재미있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인답니다. 입장료가 좀 부담이 되었지만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할인 혜택이 있어 (학생 €6.5) 들러보았답니다.

Trick Fountain 을 처음 생각해낸 대주교는 물이 흐르는 정원을 "Aqua Viva - 살아 움직이는 물" 이라 칭했는데, 이 말에 이 정원의 특징이 아주 잘 들어납니다. 정원 내에는 여러가지 장치가 되어 있는데, 증기기관도 존재하지 않던 17세기 초반 다양한 내부 파이프와 수압의 원리를 이용한 다양한 장치들이 정원에 설계되어 있답니다. 



그냥 보면 정교하게 잘 꾸며진 정원과도 같은 모습입니다만...


궁전의 역사를 들으면서 투어를 받고 있는데 위의 사진에 보이는 벽 앞에 사람들을 주욱 앉히더니 가이드가 말합니다. 앞에 위치한 대주교와 그의 손님들이 앉아서 포도주를 기울이던 대리석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볼 사람이 없냐고 말이죠 - 근데 설명이 끝날 때까지 절대 일어서지 말라는 부탁을 하길래 무언가(?) 예상했었지만, 용감하게 뛰쳐나갔습니다. 친구는 당황해하더군요 ^^;;

헐!!!!!!!!!!!!!!


아니나 다를까... 설명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엉덩이의 중앙부분(?!)에 강하게 꽃히는 수압이 참...; 약속한게 있는지라 일어서진 못하겠고 의자 앞으로 바로 몸을 뺐습니다. 사진에 잡힌 물방울이 직선형태로 뻩어져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저게 얼마나 강한지 짐작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등을 보이고 있는 하얀 티의 소녀가 앉아있는 곳이 대주교의 자리였는데, 유일하게 물세례를 받지 않는 자리랍니다 - 저 곳에서 과하게 포도주에 취한 손님들이 깜짝 놀라는 것을 유쾌하게 즐겼다고 하더군요. 

이 후로 정원 곳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때에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는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물줄기가 어디서 뿜어져 나올지 예상해보며 뛰어다니고 피하는데 정신이 없었답니다.




이 장난끼 가득한 정원을 돌아보며 본 여러 여러 기관들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대주교가 가장 신경써서 설치했다고 알려진 왕관 분수였습니다. 가만히 있던 왕관이 달라지는 수압에 따라 (그리고 수압에만 의존하여) 3m 높이까지 치솟았다 내려오는 것을 반복하는데, "권력의 지고 뜸을 잊지 말라" 라는 손님들을 향한 대주교의 경고를 담고 있던 것이라고 합니다. 


한바탕 웃으며 친구와 나이를 잊은채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장난을 치다보니 1시간이 넘는 가이드 투어가 금방 지나가더군요. 좀 더 돌아다니며 숨겨진(?) 장치를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워낙 사람들이 몰리는 관계로 앞 팀이 빠져나와야 다음 팀이 정원을 즐길 수 있다하여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나왔답니다. 다른 모든 이들도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아하니 동양이나 서양이나 더운 날의 물장난을 즐기는 것은 공통된 것인가 봅니다.

햇살이 드는 바깥 정원에서 옷을 말리며 이 재미있는 정원을 17세기 초에 만들려고 어떤 노력을 했을지 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든 움직이는 조각들과 기관들을 수압만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한 파이프들을 설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계산착오를 거쳐야했을지 사뭇 궁금해지더군요.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이지만, 유체역학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그 때에 저런 시설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요즘 열역학과 더불어 요 과목 때문에 정신없거든요 o_O;;;)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던 지난 7월의 어느 날, 예상치도 못했던 물줄기를 피해다니며 한참을 웃었던 추억이 다시 한 번 웃음을 안겨주네요. 아~ 얼른 날씨가 풀리면 좋겠습니다 ^^

WRITTEN BY
L.J.
We shall find peace... We shall hear angels... We shall live under the blue sky sparking with diamo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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